사과 맛을 베이스로, 끝에서 아주 은은하게 올라오는 연초 맛을 구현한 액상.
필자는 맛있기로 유명한 온갖 사과 맛 액상을 시연해봤으나, 맛있게 베이핑했던 것들이 다섯 손가락마저 남아돌 정도로 사과 맛에 상당히 엄근진하다. 그나마 손가락을 채운 액상 중 하나가 바로 이 액상.
거부감이 전혀 없는 인공적인 사과 맛이 적당하게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데, 농도가 정말 저울로 잰 듯한 밸런스가 일품이다. 여기서 농도가 조금이라도 옅거나 진했다면, 결코 '부담 없는' 사과 맛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과 맛 액상에서 느껴지는 '상큼함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다가 섞여버린 화학약품 맛'이 전혀 없다.
한 가지 아쉬우면서도 납득이 가는 점으로 뒤에서 올라오는 연초 맛이 있는데, 이게 너무 미묘하다. 출력이 낮으면 낮은 대로 연초 맛이 더 진하게 올라오는데 드라마틱한 차이가 나는 건 아니고, 반대로 출력이 높으면 사과 맛이 더 진해져서 연초 맛이 사실상 거의 묻혀버린다. 여기서 좀만 더 진해진다면 자칫 역한 맛이 나올지도 모르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상당히 괜찮은 액상이라는 필자의 의견에는 변함이 없기에 더더욱 묘한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