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언제였더라.
집안 방구석에 이놈이 나뒹굴고 있었다.
기억을 해보려 했으나 분명 술처먹고 가져왔을 확률이 높다.
이미 절반쯤 비우고 나뒹굴고 있길래 "어? 이게 왜 침대밑에 있지?" 하고 먼지가 쌓인채로 있길래 청소를 하고 다시 캡을 열어보았다.
열자마자 어디선가 먹었던 구수한 단팥죽과 약간의 메주냄새가 내 코를 자극시켰다.
그 순간, 내가 이놈을 왜 버렸는지 왜 침대밑에 짱박아뒀는지 기억났다.
친구가 안먹는다길래 가져왔었고.
그걸 가져와서 열자마자 "앜! 시부레!" 라는 나의 외침과 함께 다시 뚜껑을 닫고 침대 밑으로 "Fire in the hole!".
그날 내 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적인 향을 맡았고, 그대로 화장실에 가서 휴지에 물을 묻힌다음, 코를 줬나게 팠던 그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리빌드 후 한모금을 먹었다. 역시나...
이 액상은 그때 느꼈던 향과 맛을 동시에 충족시켜주었고 우리집 대장님 마누라님께 물려줬으나 대장님도 한모금 하더니 "아 ㅅㅂ!!!" 한마디를 내뱉고 화장실로 뛰어가셨다.
결국 이 액상은, 별의별 이물질을 다 먹는 우리집 먹신 "변기쨔응"에게 그대로 물내림 롤러코스터를 태워드렸고 병은 잘 씻어서 내방 액상 전시장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