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크림 오브 더 크랍: 그 무더기의 부드러움
---들숨
발라리안 코일의 스프레이방식의 분무에 걸맞지 않게 극적으로 부드러운 무화를 뿜어낸다. 이번 액상에서 가장 의외였던 점이었다.
부드러운 연무안에는 한점의 동떨어짐 없이 정렬된 단맛이 함께 느껴진다. 백설탕과 같은 정제된 단맛이다.
---날숨
날숨을 뱉은 공기의 흐름과 0.001초의 차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하다 말할 수 있을까? 연무가 이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나는 곡물의 씨눈을 볶은 듯한 향을 맡았다.
어머니가 땅콩을 볶던 궁중팬에서, 종이박스에 담긴 갓 나온 팝콘 한 알에 붙어있는 씨눈이 떠올랐다.
불이 붙으면 제일 먼저 제일 멀리 사라지는 견과의 껍질의 향을 짚어서 담았다는 점이 정성을 느끼게 만들었다.
---잔향
이정도 되면 이제 슬슬 나올게 되었다. 연초잎의 향내이다. 하지만 연초가 아닌 시가의 향이 났다. 검게 그슬렸지만 그안에 생명의 온기가 담겨있는 대중적인 '풀시티 로스트'보다 한 단계 올린'프렌치 로스트'의 향이 느껴졌다.
그 모습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신속하고 치밀하게 모습을 갖추어 마치 내 앞에 벽을 치는듯이 타격감을 안겨주었다.
---표현력
마지막 연기 한줄을 뱉고서 생각에 잠기었을때, 크오크는 북풍이 불고난 후의 나머지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헤아릴 의미가 없을 정도의 아픔과 비련이 내가 서있는 땅, 내가 올려보는 하늘, 내 살아있는 심장을 거칠게 몰아붙이며 지나간 이후에, 과연 나는 어떤 것들을 보게 될것인지, 그것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하고 울고 싶어도 들어줄 이가 없고 구원받을 수 없다는 체념에서 올라오는 시린 고요함.
그것만으로 끝나게 된다면, 다음 단계는 너무나 순조롭게 '죽음' 이겠지만, 무음을 느낀 후 울려오는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저기 저 모닥불 역시 무색의 바람에 더 이상 불꽃은 휘날리지 않지만, 검은 잔해 속에 붉은 불씨가 소리 낮춰 숨을 쉬고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생존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추할걸 알면서도, 정의롭지 않을것을 알고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 역시 하늘과 땅 그리고 깨진 유리창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본 후에 내 목표를 향해 등을 돌려 걸어가고 있었다.
---코멘터리
긴 글을 읽으시느라 고생하신 점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초디저트액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크오크를 드디어 먹어보려고 하니 산뜻한 마음을 가질 수 는 없었습니다.
몇몇 리뷰에서 재떨이의 향 혹은 사우나 방에 있는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표현의 정도가 겁이 날만큼의 표현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연초디저트 액상인 골드씬과 비교를 해보자면
골드씬의 흑설탕과 시나몬향이 시야를 세피아 필터를 쓴 것 처럼 빛바랜 색으로 느끼게 해준다면
크오크는 흑과 백으로 채도를 낮춘후에 비교를 더욱 명확히하여 대상의 경계를 어둡지만 무겁게 느끼게 해주는 액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제 리뷰를 마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